여의도 한복판에서 터진 누아르의 총성
2020년 9월 네이버 웹툰에 첫 발을 내디딘 광장(글 오세형, 그림 김균태)은 흑백의 칠흑 같은 화면 위에 피 한 방울을 떨구듯 강렬한 색 포인트를 찍어, 공개 직후부터 “웹툰판 느와르의 교과서”라는 칭호를 얻었다. 2021년 10월 63화로 완결될 때까지 평균 별점 9.97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주독자층의 80 %가 남성이라는 흥미로운 통계까지 남겼다.
15년 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 앞 혈투에서 살아남은 전설적 싸움꾼 남기준이 동생 기석의 죽음 소식을 듣고 11년 만에 복귀한다는 단순한 플롯 위에, 조직과 광장을 통제하려는 두 거대 세력 ‘이주운 패’와 ‘구봉산 파’의 권력 각축이 뒤엉키며 작품은 순식간에 복수극·정치극·가족사가 결합된 대서사로 비대해진다. 이러한 거친 매력 덕분에 넷플릭스가 실사 드라마(2025. 6. 6, 7부작 19세 이용가)로 빠르게 제작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이번 포스팅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작품 개요 — 복수의 공식을 비틀다
웹툰은 63화라는 비교적 짧은 호흡에도 폭발적 밀도를 자랑한다. 작가는 회상 → 현재 → 미래를 분기점마다 교차 배치해 독자에게 “다음 화를 넘기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도미노식 서스펜스를 심는다. 핵심 서사는 동생의 죽음 뒤에 숨은 조직 간 음모와 ‘광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상징하는 권력 중심을 파헤치는 것이다.
남기준은 복수를 위해 스스로 잘라냈던 아킬레스건의 고통을 되씹으며 돌아오고, 그의 걸음마다 광장은 다시 피비린내로 물든다. 독자는 주인공이 ‘폭력’과 ‘정의’ 사이 어딘가에서 끝없이 흔들릴 때 느끼는 잔혹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완결 직후 독자들은 “현대판 《친구》와 《신세계》의 DNA를 합친 느낌”이라고 평했고, 작품성은 곧바로 영상화 러브콜로 이어졌다.
주요 인물과 세계관
- 남기준 ― 승부구도에선 망설임이 없지만 가족 앞에서는 맹목적일 만큼 약해지는 ‘인간 흑표범’. 동생을 위해 광장을 떠났으나, 결국 광장으로 귀환한다.
- 남기석 ― 형의 빈자리를 메우려다 희생된 조직의 넘버 2. 죽음 이후에도 서사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능한다.
- 이주운 / 구봉산 ― 양대 세력의 수장. 두 인물의 과거 연대와 현재 갈등이 광장을 거대한 장기판으로 만든다.
- 구준모 ― 젊은 후계 구도를 노리는 야심가. 기준의 복수를 더욱 피비린내 나게 만드는 촉매제다.
- 심성원·홍만식 등 조연군 ― 각자 고유한 신념·트라우마를 품고 있어, ‘빛과 그림자’가 아닌 ‘어둠과 더 어두운 어둠’의 대비를 만들어 낸다.
세계관의 무대인 ‘광장’은 단순한 거리 이름이 아니라 “폭력의 무대이자 추억의 무덤”이라는 메타포다. 작가는 실제 여의도 광장의 스케일과 건축적 위압감을 철저히 해부해 권력적 공간미학을 완성했다.
작가와 제작 비하인드
오세형·김균태 콤비는 인터뷰에서 “컬러 대신 명암에 투자하고, 대사 대신 정적에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페이지마다 3~4개의 큰 패널로만 진행되는 시네마스코프 구성은 실제 액션 신의 순간 포착처럼 느껴져 “이미 영화화된 콘티”라는 찬사를 얻었다. 작품은 연재 6화 만에 누적 조회수 1 억 뷰를 돌파했고, 완결 직후 해외 번역판(영·불·스페인어)이 동시 배포되어 ‘K-느와르’를 구독자 2 백만 명 이상에게 수출했다.
이러한 팬덤은 2025년 드라마 판권 경쟁에서 넷플릭스를 글로벌 독점 스트리밍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배우 소지섭의 13년 만의 액션 복귀작이라는 소식은 기존 웹툰 팬과 드라마 팬 모두의 기대를 폭발시켰다.
감상 포인트 아홉 가지
- 흑백에 스며든 한 방울의 색 — 칼날, 핏자국, 네온 간판 등 극적 순간에만 컬러를 터뜨려 ‘정지된 시간’을 강조한다.
- 아킬레스건 모티프 — 주인공이 스스로 잘라낸 힘줄은 ‘폭력의 숙명’과 ‘자기 속죄’를 상징하며 매 장면 고통의 에코를 남긴다.
- 광장 지도 — 에피소드마다 달라지는 ‘세력도’를 배치, 독자가 지도를 보며 다음 수를 예측하게 만든다.
- 침묵의 대사 — 페이지 절반을 차지하는 ‘무음 컷’이 말보다 긴장감 넘치는 음향 효과를 전달한다.
- 형제 서사 — 남기준·남기석의 관계는 복수극이지만 동시에 “형제가 나누지 못한 대화”에 대한 슬픈 은유다.
- 권력 피라미드 — 양대 조직의 계급 구조를 보여 주는 ‘블랙보드’ 연출로 현대 기업 정치의 축소판을 보여 준다.
- 도심 누아르 풍경 — 여의도·신림 일대 실제 건물을 1 : 1 스케치해 공간 현실감을 살렸다.
- 전투 안무 — ‘원펀치’가 아닌 ‘심리전과 리듬 타격’ 중심으로, 인물 성향을 액션 동작에 그대로 투영한다.
- 열린 결말 암시 — 마지막 컷의 빈 칸 하나가 “복수란 끝이 없는 퍼레이드”임을 암시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FAQ
질문 | 답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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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 네이버 시리즈·네이버 웹툰 완결 세트(63화)로 열람 가능하며 7화까지 무료로 제공됩니다. |
연재 기간은? | 2020년 9월 11일 ~ 2021년 10월 16일, 약 13개월간 연재되었습니다. |
장르는? | 액션·누아르·복수극 + 정치 서사. |
주요 작가는? | 글 오세형, 그림 김균태. |
드라마와 차이는? | 원작은 ‘심리전 중심’, 드라마는 ‘직선적 액션’ 비중이 높고 캐릭터의 템포가 빠릅니다. |
시청 등급·화수? | 드라마는 19세 이용가, 7부작이며 2025년 6월 6일 전편 동시 공개되었습니다. |
피, 복수, 그리고 광장의 주인
광장은 물리적 공간이자 정신적 은유다. 누군가의 야망이 꺾인 자리엔 또 다른 욕망이 움트고, 복수의 끝에서조차 ‘광장’은 주인을 품지 않는다. 어느 쪽을 응원하든 독자는 마치 거대한 콜로세움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으로 폭력의 서사시를 ‘직관’하게 된다.
아직 웹툰을 읽지 않았다면, 드라마가 불러온 파도를 타기 전 63화의 단단한 서사를 먼저 맞이해 보라. 당신이 책장을 넘기는 순간, 여의도 밤거리의 싸늘한 공기가 모니터 밖 현실로 스며들 것이다.